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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높이 날지 못한’ 갈매기, 이어지는 가을의 희망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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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 2009.10.05 | 조회 | 286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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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롯데의 가을잔치는 아쉽지만 준PO까지였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상상도 하지 못했던 가을잔치에 벌써 2년 연속 나갔고, 작년에 비하여 그래도 1승은 챙겼으니 장족의 발전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오매불망 가을잔치만을 바라보고 달려온 부산 팬들의 기대치를 감안한다면 아쉬운 결과다. 특히 홈에서 열린 3·4차전을 지나치게 무기력하게 내주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직구장에서 단 1승도 얻지 못한 것은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돌이켜보면 그것은 어쩌면 올 시즌 내내 '롤러코스터'와 '희망고문'을 반복하며 팬들의 애간장을 녹였던 페넌트레이스의 연장이었는지도 모른다. 최근 개봉한 다큐영화 '나는 갈매기'에서도 자세히 묘사되었듯이, 올 시즌 롯데 야구를 바라보며 여러 번 심장이 타들어가는 안타까움을 느껴야했던 팬들에게 있어서 롯데는 그야말로 '애증'의 대상이다.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로이스터 감독은 결국 1991-1992년, 1999-2000년에 이어 역대 3번째로 롯데의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일궈내는데 성공했다. 작년에는 '깜짝 돌풍'의 성격이 짙었다면, 올해는 사실상 시즌 초반부터 겹친 여러 가지 악재를 극복한 결과이며, 정규시즌 막바지까지 포스트시즌에 준하는 압박감과 치열한 경쟁을 뚫고 4강행을 일궈냈다는 점에서 이번 시즌의 성과가 더욱 값지다고 하겠다. 지난해가 롯데 선수단이 스스로 패배주의를 극복해내는 과정이었다면, 올해는 스스로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과 포기하지 않은 집중력을 배우며 한 단계 더 성숙해졌다고 할 수 있다. 2차전 이후의 롯데가 보여준 모습은 지난해 준PO나 올해 페넌트레이스 때와 달라진 것이 전혀 없었다. 믿었던 선발마운드의 초반 붕괴, 결정적인 순간마다 어김없이 쏟아져 나오는 크고 작은 실책들, 팀 배팅이 실종된 지리멸렬한 타선, 흐름을 잡아줘야 할 벤치의 적절한 전술적 대응력의 부재 등은 올해도 롯데가 극복하지 못한 과제였다. 잘나갈 때는 그야말로 메이저리그에 가져다놔도 질것 같지 않지만, 반대로 안 풀릴 때는 '천하무적 야구단'이랑 붙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것 같다는 것이 롯데 야구의 매력이자 한계이기도 하다. 로이스터 감독은 롯데의 2년 연속 4강 진출을 일궈내며 국내 프로야구에 외국인 감독의 성공사례를 개척한 상징적인 존재다. 하지만 그는 '헤드코치'라기보다는 '매니저'에 가까운 성향의 지도자로서 한계도 어느 정도 드러냈다. 롯데의 야구는 단기전이나 페넌트레이스나 그 색깔이 똑같았다. 로이스터 감독은 팀의 잠재력을 끌어내는데 있어서 탁월한 '관리자'이지만, 김경문 감독이나 김성근 감독같이 단기전에서 능력 이상의 시너지를 끌어내는 '전술가'적 성향과는 거리가 있다. 이점은 앞으로 롯데 야구가 넘어야할 분명한 한계이기도 하다. 이변이 없는 한 로이스터 감독은 다음 시즌에도 롯데의 지휘봉을 잡게 될 가능성이 높다. 구단도 재계약에 있어서 긍정적이다. 포스트시즌의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만년 하위권에 있던 롯데를 2년 연속 가을잔치에 진출시킨 공적은 분명 높게 평가할만하다. 로이스터 감독이 롯데 선수단에 전파한 가장 큰 업적은, 어떤 기술적인 노하우나 깜짝 놀랄 용병술이 아니라 바로 '긍정의 리더십'이다. 로이스터 감독 취임이후 롯데 구단의 분위기가 가장 많이 바뀐 부분은, 바로 선수단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늘어났다는데 있다. 시즌 초반 계속된 부진에도 불구하고 홍성흔-가르시아 등 주축 선수들에 대한 믿음을 거두지 않았고, 철저한 선발 로테이션의 준수로 마운드의 혹사를 방지했다. 눈앞의 1승에 집착하기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관리자'로서의 역할을 고수한 로이스터의 리더십은, '야구는 결국 선수들이 하는 것'이라는 명제에 충실하여, 선수들의 자발적 역량을 최대한으로 끌어냈다는데 의미가 있다. 한국에서도 '미국식 자율야구'가 충분히 통할 수 있음을 2년 연속 PS진출이라는 성적표를 통해 분명히 입증한 것이다. 이러한 로이스터의 성공사례는 한국야구의 오랜 고정관념을 극복하는데도 긍정적인 사례로 남을 전망이다. 갈매기는 지난 준 PO를 끝으로 또다시 파란만장했던 1년간의 곡예비행을 모두 끝마치고 내년을 기약하게 되었다. 아쉬움도 미련도 있지만 적어도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기에 실망스럽지만은 않았던 한 시즌이었다. 과연 2010년에는 갈매기가 마지막까지 웃을 수 있을까. 'Again 1984, 1992'를 꿈꾸는 그들의 끝없는 날갯짓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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